1. 책 이야기
그간 읽은 책을 떠올려보면 책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어떤 독서광의 독서과정을 적은 글도 좋아하고, 서점에 대한 소설도 좋아합니다. 사실 제가 책을 다시 손에 든 것도 책에 대한 책을 읽은 뒤부터였거든요. 요즘도 종종 독서에 대한 책을 읽으면, 동기부여가 됩니다. 사실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없을 만큼 독서가 익숙해졌고, 책 읽는 즐거움을 그대로 느끼고 있지만요.
아이 어린이집에서 부모들을 위한 서가를 비치했었어요. 거기에 꽂혀있던 책들은 대부분 자기계발서와 육아서였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책을 잘 읽지 못했어요. 사실 그전에도 한 권을 몇 달씩 읽었던 저입니다. 책을 좋아한다 말하기도 했고, 늘 책은 들고 다녔지만 일 년에 10권도 읽지 못했어요. 그러던 것이 출산과 육아를 하면서는 더욱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어요.
그 서가에서 처음 읽은 독서에 대한 책은 <독서천재가 된 홍대리> 라는 책입니다. 워낙 유명한 책이지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독서천재 홍대리>가 익숙했어요. 독서에 대한 책을 읽으니, 다독을 하는 사람의 독서방법을 알게 됐고, 아 나도 이렇게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여러 권의 책과 독서에 대한 글을 찾아 읽었어요. 유근용 작가의 <1독 1행 독서법>도 즐겁게 읽었었어요. <이동진의 독서법>도 기억납니다. 그리고 문유석 판사의 <쾌락 독서>도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이 책은 그 후에 읽은 것이지만요.)
그게 2020년 가을이었습니다. 그 가을 10월 9권을 읽고, 11월 13권, 12월에는 15권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1년 100권의 독서 목표를 세우고 2021을 맞았습니다. 2021년은 총 159권의 책을 읽었어요. 아이들에게 그림책은 최소 하루 1권 읽어주는데, 그 책까지 더하면 어마어마한 양이 됐습니다. 100권을 넘어서는 순간부터는 편안한 마음으로 읽었어요.
숨 쉬듯 책을 읽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책을 끼고 살게 됐고, 책 읽는 재미를 찾았어요. 너무 힘들고, 지칠 때, 마음이 어려울 때 책을 펼치고 읽으면 편안하게 쉬는 기분이 듭니다. 저에게 독서가 위로이자 쉼이 됐어요.
그리고 2022년 역시, 목표는 100권입니다. 책이 저자와의 대화라면, 빛의 속도로 읽어 내려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보다 더한 목표는 세우지 않고 있어요. 저는 책 한 권을 읽고, 노트에 정리를 하고, 인스타그램에도 감상을 짧게 남기고 이렇게 블로그에도 글을 씁니다. 8월까지 95권을 읽었어요. 곧 목표를 채웁니다. 하지만 2022년은 아직 몇 달이 더 남았으니, 그 시간 동안 또 즐겁게 읽어나가면 됩니다.
책을 좋아하게 된 이야기를 적다보니, 또 길어졌어요.
아! 정정하자면 늘 책은 좋아했어요. 정말로 읽게 된 이야기였습니다.
2. 서점에 대한 이야기
책에 대한 이야기도 좋고, 서점 이야기도 좋아요. 책을 읽은지 몇 년 되지 않아 많은 책을 읽지 못했습니다. 소설 쪽은 더 경력이 짧고요. 떠올려보니 생각보다 서점에 대한 소설을 많이 읽지 못했습니다. 서점을 배경으로 한 책 중 처음으로 마음을 뺏긴 것은 이도우 작가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입니다. 밤늦도록 불이 켜진 북현리의 책방이 지금도 떠오르는 것 같아요. 차가운 곳의 따뜻하고 다정한 공간에서 위로받았고 행복했어요.
SF소설에서 만난 몇몇의 서점도 생각납니다. 김초엽작가의 짧은 단편소설에서 만난 <행성어 서점>은 행성 간 다른 언어에 대해 자동 통역기를 장착한 미래의 인류에게 고유의 행성어는 따로 배울 필요가 없는 언어입니다. 전수되지 못한 행성어는 멸종될 위기에 처합니다. 적다 보니 우리 제주방언이 떠오르네요. 아무튼 그런 행성어로 적힌 책을 파는 <행성어 서점>에 대한 소설입니다.
SFNal 2021, 찰리 제인 앤더스의 <아메리카 끝에 있는 서점>속에서 아메리카는 둘로 분단되어 있고, 그 국경 가운데에 서점이 있습니다. 두 아메리카는 과거 냉전시대처럼, 이대올로기나 문화의 차이가 있고 반목합니다. 서점에는 두 개의 문이 있고 그 문으로 양쪽 사람들은 각자의 국경 속 서점에서 책을 삽니다. 하지만 양쪽의 아이들은 함께 만나 놀이를 합니다. 어떤 이유로 두 구역 사이에 분쟁이 발생하고, 아이들과 아이들을 찾아 나선 부모가 함께 서점으로 피신을 합니다. 밖에서는 포화 소리가 울리고 서점에서 그들은 독서모임을 가집니다.
이 단편소설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그리고 이제 <어서 오세요, 휴남동서점입니다>를 읽었습니다.
3. <어서 오세요, 휴남동서점입니다>
정확히 이 책은 읽은 게 아니라 들었습니다. 밀리의 서재를 구독한 뒤로 오디오북을 잘 이용하고 있어요. 특히 운동을 하며 저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오디오북을 듣습니다. 그렇게 처음 들어본 책이 <불편한 편의점>이었고, 여러 권의 책을 들었어요. 주로 소설을 듣습니다. 과거 라디오에서 소설 낭독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마치 그런 라디오 극장을 듣는 기분이 듭니다.
소설을 귀로 들으면,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연달아 쭉 듣지 않아도, 다시 이어 들으면 금세 흥미를 되찾기도 하고요. 인물들의 따뜻한 대사가 오디오로 들리면 더 생명을 얻고, 그 말을 내게 해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물론 책을 읽을 때처럼 좋은 문장을 쉽게 스크랩하거나 다시 읽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말 정말 꼭 필사하고 싶은 문장을 만날 때면 그 구절을 몇 번이고 다시 들으며, 메모장에 타이핑합니다. 눈으로 읽으며 줄을 그을 때보다 더 수고스럽기에, 더 엄선하고 있습니다.
위에 말한 것처럼 <불편한 편의점>도 괜찮게 들었고,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들으면서는 이건 더 좋다고 외쳤습니다. 이 소설을 들으며, 천변을 걸었고, 산에도 올랐네요.
따뜻한 불빛을 내뿜는 휴남동의 서점, 서점지기는 SNS에 소식을 남기고, 그곳에 모여든 여러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너무 가깝게 느껴지는 공간이었고, 등장인물들에게도 더 공감했습니다. 게다가 여기에는 로맨스도 있습니다. 사랑이 시작되고, 이별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은 뒤 은은한 노란 조명이 켜진, 조금은 소박한 북카페나 독립서점을 가면 늘 휴남동 서점이 떠올랐어요. 동탄에 생긴 <갈피 책방>을 처음 갔을 때, 휴남동 서점이 이런 모습과 가까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동네서점이 뭘까요? 단순히 책만 파는 곳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민들레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들어 책과 문장을 퍼트리는 곳. 서점지기의 마음을 곳곳에 심어보려는 것. 그런 의도와 책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서점 운영에는 그런 민들레의 마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참! 너무 기대되는 일도 있습니다. 9월 30일 오산의 <하프 앤 보울> 북카페에서 황보름 작가의 북토크가 있을 예정입니다. 저녁 7시에서 9시, 그곳에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러 갈 거예요. 좋아하는 친구와 가기로 했어요. 남편과도 좋지만, 누군가는 아이를 봐야 하니까요. 두 여자의 데이트도 너무 기대됩니다.
3. 문장 수집
아까 말한 것처럼, 이 문장은 제 듣기 능력을 시험한 말들이에요. 그러니까 더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사는 삶 말고 내가 살고 싶은 삶. 자기 자신에게 좋은 쪽으로 생각하는 능력도 우리에게 필요하다."
"어떤 생각이 들면 우선은 그 생각을 안고 살아보라. 살다 보면 그 생각이 맞는지 틀렸는지 알 수 있다. 미리 그 생각이 맞는지 틀린지 알 수 없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 되었는가."
"좋은 사람이 주변에 많은 삶이 성공한 삶이라는 생각. 사회적으로 성공하지는 못했을지라도 매일매일 성공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거든. 그 사람들 덕분에."
"영주는 하루를 잘 보내는 건 인생을 잘 보내는 것이라고 어딘가에서 읽은 문구를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 것이다."
가장 좋은 건 바로 이 마지막 문장입니다. 알아요. 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는 것이라는 걸. 꿈으로 가는 발자국이든, 내일로 가는 발자국이든, 결국은 오늘이 모인 것이니까요.
휴남동 서점이 후, <수레바퀴 아래서>, <어린 왕자>, <어떤 물질의 사랑>,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를 들었어요. 여러분, 오디오북 한번 들어보세요.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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