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이야기
소제목은 늘 고민이 됩니다. 책 소개라고 하기에는 객관적인 자료를 모아 보지 않습니다. 서문이라는 말은 거창합니다. 적다 보면 주절주절, 누구도 궁금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책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내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책 이야기>라는 소제목을 붙였습니다.
독서모임에서 선정한 책입니다. 독서모임은 하나 참여하고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요즘 독서모임이 좌초될 지경입니다. 2년여의 시간이 흘렀어요. 1년은 정말 순항했다는 느낌입니다. 저는 독서모임이 매너리즘에 빠졌구나 라는 정도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책을 읽어오지 않았고, 서로에 대해 잘 알아가면서 잡담도 늘어갔어요. 그건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독서모임에서 가장 성실하게 완독하는 사람은 저입니다. 그리고 읽지 않고 참여하는 것을 그러려니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늘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허허허, 호호호 하는 과에 가까워서요. 하지만 여러 명이 모인 모임에 모두 같은 마음일 수는 없습니다. 독서모임은 시간과 품이 많이 듭니다. 제가 해보니 그렇습니다. 책을 읽어야 합니다. 한두 시간에 휘리릭 읽을 수 있지도 않습니다. 제가 참여하는 모임은 2주에 한 권을 읽는 모임입니다. 제 기준 빨리 읽으면 하루짜리도 있지만, 대체로 그런 책은 잘 선정하지 않아서 2~3일은 투자해야 한 권을 읽습니다. 읽다가 읽기 싫어도 읽어야 하기에 마침내 읽어냅니다.
그리고 모여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 여러명의 사람이 모여 한 가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지요. 모두의 마음과 노력이 만난 순간입니다. 그래서 독서모임이 흐트러지면 누군가의 준비시간이 허망하게 느껴지기도 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떠나면 그만이지요? 하지만 또 정이 들기도 하니까요. 물론 저는 독서모임을 잘 모릅니다. 저의 첫 모임이니까요. 없어지는 건 원하지 않아요. 또 다른 모임을 찾아서 가입할 수 있을까? 의문이에요. 그건 좀 수고스러운 일이잖아요.
아무튼 독서모임에 대한 썰이 길어진 것은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이 독서모임의 선정도서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재미가 없어서 애써 읽은 책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을 처음 추천한 분은 책을 읽지 않았다며 독서모임에 불참하셨고, 독서 모임을 만든 리더는 방을 나가버렸습니다. 저는 코로나에 걸려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모임, 어떻게 되는 걸까요?
2. 줄거리
로빈은 자연에 관심이 많은 아이다. 동식물과 환경의 아픔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런 로빈의 예민함에 대해 여러 의사들은 다양한 진단을 내린다. 발달 장애, 또는 자폐 스펙트럼 등으로. 로빈의 엄마는 환경운동가였고 교통사고로 죽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소문이 많다. 작은 동물이 차 앞에 나타났고, 그 동물을 피하기 위해 죽었다고 그녀의 죽음을 설명한다. 로빈의 아빠는 차세대 우주 망원경을 개발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 하늘에 쏘아 올린 제임스 웹을 기반으로 설정했다. 소설 속에서 결국 차세대 망원경은 계획이 무산된다. 실제로는 다행스럽게 지금 우주에 쏘아 올려져 멋진 사진을 전송하고 있지만 말이다.
로빈은 예민하고, 갑자기 폭발하듯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자주 마음이 아프고, 학교 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한다. 다른 아이들과 너무 다른 로빈은 친구들과 다툼이 잦다. 학교에서는 로빈에도 약물 치료를 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아빠는 로빈이 아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남들과 다를 뿐인 아들이 약으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인가 의문을 가지고, 아들과 소통하고 아들의 마음을 만지고 치유하고 싶다. 하지만 그 역시 대학에서 연구하고, 직장을 나가는 가장이다.
로빈은 홈스쿨링을 원하지만, 아빠인 시오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면 그렇게 마냥 할 수도 없다. 그러다 아내의 옛 친구인 마틴 커리어의 연구에 참여한다. 다른 사람의 뇌파를 재생하며 그런 기분을 느끼고 이해하는 과정이다. 로빈은 죽은 엄마의 감각과 뇌파를 학습하여 정서적인 안정을 얻고, 공감력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이 연구 역시 윤리적인 문제로 중단된다. 실험이 멈추며 로빈의 상태는 급격히 나빠진다.
....
여기까지 뒤에는 생략
3. 감상
읽기 어려운 책이었어요. 꽤 두껍기도 했고 재미없었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입니다.) 내 취향이 아니었나 봅니다. 모임에서 선정했으니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에요. 하지만 문장이 아름답습니다. 그것이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게 해 준 동력입니다.
로빈은 세상의 다른 것들, 약하고 작은 것들의 목소리에 반응하는 아이입니다. 누구보다 예민하기에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다른 인간들에게는 분노하는 아이죠. 책을 읽는 내내 불안감이 뒤따랐습니다. 편안한 책이 아니었어요. 그런 게 참 신기합니다. 불안이라고 말하지 않지만, 아슬아슬하게 뭔가가 끼익 거리는 기분이 드는 책이라니요.
책에서는 자연파괴, 인간의 이기, SNS,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 같은 대통령, 삼권이 하나가 된 정치판, 차세대 망원경 등 현실의 반영이 많이 보입니다. 충분히 존재할 우리의 평행세계처럼 여겨졌어요.
이대로 잘 풀릴 것 같지 않은 책이라니. 결국 나는 "제발~~~~~~ 제발~~ 이러지 마!"라고 말하며 책을 덮어야 했습니다.
소설에서 편안하고 아름다운 결말을 바라는 것은 독자의 바람일 뿐입니다. 작가는 기획을 하고 글을 써나갈 수도 있고, 글이 흘러가는대로 써나갈수도 있습니다. 누군가의 현실은 이 보다 더 슬픔으로 가득 찰 수도 있으니까 말이에요. 책이나 영화에서 교훈과 해피엔딩을 원하는 것은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일지 모르겠어요. 그것이 더 현실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이 아팠지만, 우리의 현실이 이보다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었습니다.
"완벽한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우리 모두가 너무나 아름다운 방식으로 부족하죠."라는 아내의 말, P18
"가르침은 광합성과 같다. 공기와 빛으로 먹을 것을 만드는 셈이랄까." , p102
"말썽이 있어야 지성이 생기는 거야? 아들은 슬프고도 경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우린 영영 우리보다 똑똑한 존재를 못 찾겠어." , p168
"난 풀이 좋아. 풀은 위가 아니라 아래에서 자라. 뭔가가 끄트머리를 먹더라도 풀을 죽이진 못해. 오히려 더 빨리 자라게 만들어 주지. 진짜 천재적이야." P225
"식물은 거의 모든 일을 다해. 다른 모든 것들이 식물에게 기생할 뿐이야. 빛을 먹는다고? 완전 미친 거지! SF보다 더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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