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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니스, 스타니스와프 렘 SF소설

by 매일베이지 2022.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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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타니스와프 렘

<스타니스와프 렘>이라는 제목의 책을 먼저 읽었어요. 꽤 두꺼운 벽돌 같은 책이었습니다.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궁금했어요. 이게 무슨 말이지? 하면서요. 검색해보니 SF소설이더라고요. SF소설을 몇 편 읽고 빠져든 상태라 궁금해서 빌려왔어요. 렘이라고 부를게요. 렘은 폴란드 출신의 SF작가로 1921년 생이고, 2006년 타계했습니다. 지금부터 100년 전에 태어난 사람입니다. 처음 읽은 <스타니스와프 렘> 은 렘이 쓴 소설 선집으로 렘 베스트 소설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낯설지만, 폴란드의 자랑입니다. 그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고, 폴란드에서 쏘아올린 인공위성, 어느 행성에도 렘의 이름 또는 그의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살아서도 훈장을 받고 오래도록 글을 쓴 명예를 얻은 작가였습니다.

스타니스와프 렘에 대해 좋은 점은, 천재적인 상상력을 가지고 그 시절 우주를 배경으로 소설을 쓴 그는 역시 매일 아침 어김없이 일어나 규칙적으로 집필하는 성실함을 가진 이였던 것입니다.

 



"그는 글쓰기를 마라톤에 비유하며, 작가가 글을 쓰는데 특별한 자극이 필요하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징후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P450

요즘 말로 글을 쓰는 루틴으로 꾸준히, 오랫동안 작업한 것입니다. 그 당시, 작가라면 무릇 방탕하고 충동적이며, 심성이 예민하기 그지없는 이도 많았는데, 이런 태도로 오랫동안 글을 썼기에 100년 후의 우리가 그의 소설을 읽으며 전율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스타니스와프 렘> , 충격적으로 재미있었어요. 처음 젊은 작가들의 현대 SF소설을 먼저 읽으며 SF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러다 테드창의 소설들을 읽고 홀딱 반했었죠.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는 베개 크기 정도 되거든요. 옛날 백과사전 크기라고 해야 할까요. 그것도 읽으며 황당해서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 제목이 너무 멋있잖아요. 은하수 히치하이커라니. 그리고 렘을 읽으며, 지금 SF 소설의 레퍼런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내가 읽는 모든 SF 소설의 소재와 발상과 감각이 다 들어있는 소설이었어요.

 

 

2. 솔라리스

그리고 솔라리스를 읽었습니다. 주로 SF는 단편이 많은데, 솔라리스는 두꺼운 장편소설입니다. 1961년작이에요. 이때는 인류가 달에도 못 가본 시절이랍니다.

두개의 태양을 가진 솔라리스 행성의 우주 정거장에서 벌어지는 일입니다. 솔라리스는 행성 전체가 바다로 뒤덮여있습니다. 크리스 켈빈은 그곳에 지원을 나갑니다. 정거장에서 그는 10년 전 죽은 연인 하레이를 마주합니다. 하레이는 환상도 아니고, 실존하는 존재입니다. 늘 크리스 켈빈의 주변을 맴돌고, 죽여도 다시 나타납니다. 정거장의 다른 인물들에게도 각자 그런 손님이 있습니다. 기억 속에 깊숙이 각인된 그들의 약점일 수도 있는 인물이 되살아나 주위를 맴돕니다.

하레이는 환상이 아니고 바다가 복제해 만들어낸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새로운 하레이로 존재합니다. 그 자신이 되어 고민합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서요. 켈빈은 과거의 하레이가 아닌 지금의 하레이를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하레이는 결국 켈빈을 떠나고맙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솔라리스의 바다는 그 자체가 거대한 생명체에 가깝습니다. 바다는 복제를 하고, 인간의 뇌를 읽어냅니다. 인류는 인간의 관점에서만 접근하고 해석하려 합니다. 바다의 의도를 알고 싶어 합니다. 인간에게 이해하는 것은 그 우주를 소유하려는 것입니다. 이해=소유할 수 없다면 파괴하려고 합니다.

여전히 솔라리스의 바다는 해석 불가능합니다.

 

 

3. 감상

씁쓸했어요. 영화가 있다고 하니 보고 싶어요. 하지만 첫 번째 영화도, 두 번째 영화도 렘의 의도와는 차이를 보인다고 합니다. 상업성이 많이 가미되다 보니 로맨스가 중심이 되기도 하고요. 아무튼 렘의 소설들은 현대 SF의 문명 발상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인간이 다른 세상을 사는 우주의 존재와 소통이 가능할까요? 인간들 사이에서도 다른 문화, 다른 종교, 다른 성별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반목하는 것을 보면 그런 의문이 듭니다. 지구에 함께 사는 동물과도 식물과도 의사소통 비슷한 것을 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가 우주의 존재를 향해 목소리를 쏘아 보내고, 그들을 찾아 헤매고, 그들을 상상합니다. 정작 그들을 만났을 때 우리는 얼마나 소통할 수 있을까요?

그들이 더 우수한 지성을 가져서 우리와 소통해주길 바라는 것이겠지요. 우주를 항해할 정도의 기술을 가진 그들이라면, 훨씬 유연하고 우수한 성심을 가졌을 것이라는 칼 세이건의 말이 생각납니다. 화합을 이루지 못하고, 전쟁을 끝내지 못한다면 그곳에는 지옥이 찾아올 뿐이라고요. 문명은 파괴될 수밖에 없다고요. 우주에 배를 띄울 만큼의 기술에 다다른 외계의 존재라면 그들 역시 평화와 소통을 사랑할 것이라고요. 부디 그러하기를 바랄 수밖에요.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도 충격적이었지요. 우리는 A로 인해 B가 발생하고, 그래서 C다라는 선형적인 사고를 합니다. A+B=C입니다. 그 소설 속에서는 문어를 닮은 외계인이 등장합니다. 외계인과의 끝없는 소통을 연구하며, 언어학자는 외계인의 언어를 배우고 이해하게 됩니다. 그들은 통합적인 사고를 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정보를 얻고자하는 인류에게 헵타포드가 아무런 정보를 줄 수 없는 이유는 그들의 사고는 이미 통그림으로 전체 장면으로 사고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일어날 일을 이미 알고 있으며, 그렇기에 지구인의 질문을 전혀 납득하지 못합니다. 그들에게 미래는 이미 존재하고 그대로 살아지고, 지나가는 일입니다. 그것이 궁금할리가 없는 것이지요. 그래서 지구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아무튼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그나마 소통에 성공한 케이스지만, 소설처럼 이런 기적이 일어난 가능성은 엄청 낮을 것 같아요.

또 같은 테드창의 소설 중, 앵무새의 시점에서 적힌 짧은 소설이 있어요. 앵무새는 말하지요. 우주공간을 향해 메시지를 발사하는 인류여. 생각하고 말하는 나 같은 앵무새와도 소통하지 못하는 인간들이여. 그 앵무새도 점점 멸종하고 나면, 이제 더는 앵무새와 소통할 가능성도 사라지고 말 것이지요. 가까이 있는 앵무새와도 대화하지 못하는 인간에 대해 다시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솔라리스의 바다와 소통할 수 있겠어?" P52

"이런 식으로 인류는 솔라리스와 처음 접촉하는 단계에서 자꾸만 지구에서의 개념과 경험에 비추어 모든 것을 인식하려 했다." P269

역시나 너무 좋았던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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