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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이도우 완전 좋아요

by 매일베이지 2022.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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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듣기에 이토록 좋은 책이라니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를 오디오 북으로 들었어요. 완독으로 3시간이 채 되지 않는 분량, 그리고 이도우. 많은 책들 중에서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정말 순전히 이도우라는 이름만으로 였습니다. 이도우 작가의 에세이는 어떤 느낌일까요. 좋은 소설을 쓰더라도, 좋은 에세이는 아닌 경험이 있어요. 이도우 작가님은 여러 편의 장편 소설을 썼지만 제가 읽은 소설은 단 한 권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였어요. 별로면 그만 들음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플레이한 책은 첫 소절부터 마음을 녹였고, 들으며 함께 읊조린 구절도 얼마나 많던지요. 정말 좋다는 말을 듣는 내내, 정말 많이 했습니다.

 

 

2.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이도우 작가님이 남자일거라 생각했어요.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이 그랬으니까요.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혼자 깜짝 놀랐어요. "어머! 여자라니.." 나만 몰랐겠지요. 아무튼 저는 그 부분부터 충격이었어요. 낭독자 이도우. 작가님 자신이 이 책을 읽어줘요. 편안하고 울림이 좋은 목소리였어요. 그래서 밤에 듣는 라디오 같았어요. 많은 구절이 너무 좋아서 누군가에게 그렇게 이야기해주고 싶은 이야기들입니다.

제목처럼, 이도우작가님은 야행성, 올빼미래요. 밤에 쓴 글을 낮에 읽으면 너무 창피해서 꺼낼 수 없는 이야기가 많다고 해요. 실제로 그렇다잖아요. 밤에는 더 감성적이 돼서, 낮이라면 쓰지 못할 이야기를 하게 된다고 해요. 이도우 작가는 말해요. "밤에 쓴 글은 다음날 밤에 읽으면 그만이라고요." 잠들지 못하는 이들의 보이지 않는 연대를 상상하며,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에서 은섭의 굿나잇클럽을 떠올렸다고 해요. 저는 잠을 잘 깨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많은 새벽을 뜬 눈으로 보내고, 그런 시간 쓰고 그린 것을 그저 저장만 해두기도 합니다. 어느 밤, 어쩌면 저도 그런 것들을 공개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밤에 쓴 글은 밤에 다시 보면 되니까요.

 



흘려들은 이야기라, 사실 정확한 구절이 생각나지 않아요. 하지만 쓸쓸한 사람이 글을 쓴다고, 그렇게 글을 써서 쓸쓸함이 조금 덜어졌다면 세상의 외로움도 줄어들것이라고 말했던 것 같아요. 서운함은 바람에 날려 보내자고도 했던 것 같아요. 세상 사람들은 더 네 솜씨와 능력을 뽐내지 않냐고 말하지만, 자수의 뒷면 같은 사람도 있다고, 그런 사람도 필요하고, 그런 이의 삶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했던 것 같아요. 누가 이 책을 읽을까 했지만, 그저 나뭇잎 편지라 생각하자고. 그래서 몇 편의 나뭇잎 소설도 있었어요. 아주아주 짧은 그 소설들도 다 좋았습니다.

제일 좋았던 건 <이상한 방문자>, 한 밤중 찾아온 손님에게 문을 열고 싶지 않지만 열어야만 하는 그 사람은 책집사예요. 독자들은 책의 어떤 장면을 열어 그 장면에 들어가고 싶어 합니다. 위대한 개츠비의 피아노 치는 장면 속으로, 타샤의 정원 속 한낮의 정원 장면 속으로. 하지만 이 소설은 결코 행복하지 않아요. 현실에서 도피해 책의 한 장면으로 숨고 싶어 하는, 그 장면에 있다면 결코 다음 장면으로는 넘어갈 수 없어요.

또 다른 소설도 생각나요. 문구제품의 카피라이터 이야기예요. 행복한 카피를 매일매일 쏟아내는 필명이 샐비어인 그녀. 친한 동료는 행복한 카피를 쓸 수 없었는데, 우울한 카피를 써내다 결국 자살해요. 그럼에도 그런 행복한 카피를 다시 써내는 샐비어를 비난하는 직장 동료들. 슬픔이 늦게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는 걸. 샐비어의 카피에 조금은 행복하기도 했다는 동료의 이야기였어요.

소설에 대해 쓰다보니, 에세이에서 책의 장면으로 도피하고 싶다고 했던 이야기도 생각나요. 골목 코너에 있는 상점들에 대한 글도요. 그리고 그녀가 카피라이터로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의 카피를 썼던 일, 칼럼을 쓰며 글을 줄여나가는 일. 작가에 대한 글도요. 그런 여러 가지 이야기가 책 속에 있어요.

 

3. 그리고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시간이니까요>

2시간 40분이면 이 책을 다 들을 수 있어요. 그런데 원래 글로 적힌 책은 380쪽이 넘는 거예요. 세상에. 다시 확인해보니, 발췌하여 읽은 책이었어요. 어쩌면 작가가 그중 다시 엄선하여 읽은 이야기들일 것이다. 그래서 충분할지도 모른다 생각했어요.

여전히 내게는 읽을 책이 너무 많으니까요. 하지만 많은 이야기들이 자꾸만 생각나서, 읽지 않은 다른 이야기들도 너무 궁금한 거예요. 이도우 작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렇게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었구나. 그래서 그녀의 소설도 그런 힘을 가졌구나 하고요.

 



결국 에세이를 주문했어요. 책꽂이에 그저 꽂히게 되더라도, 언젠가 꺼내 읽을 수 있으니까 좋아요. 이도우 작가가 쓴 다른 소설도 궁금하잖아요. 다들 왜 이렇게 자주 꺼내 읽는다고 하는 건지. 다들 왜 곁에 두고 읽고 싶다 하는 것인지. 다른 이야기도 궁금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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