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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반대합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by 매일베이지 2022.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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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 삐삐를 본 날

삐삐를 보는 게 분명 처음은 아니었을 거예요. 빨간 머리를 양갈래로 묶은 주근깨 가득한 아이의 모습은 캐릭터로도 너무 친근합니다. 그 아이를 <말괄량이 삐삐>라는 이름으로 기억해요. 그 아이에 대한 이야기 역시, 며칠 전 글을 남긴 <어린 왕자>처럼 친근하지만, 제대로 읽지는 않았어요. 그건 지금도 여전합니다. 아직 <말괄량이 삐삐>를 못 읽었어요.

 

EBS에서 방영하는 삐삐 실사 드라마를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어른이 되어 본 삐삐는 양육자 없이 혼자 살고 있어요. 짝짝이 양말과 누더기를 걸치고 분명 자기 발보다 큰 신발을 신었어요. 엉뚱한 대답을 하고, 엉뚱한 질문을 했습니다. 삐삐는 친구들과 어울리고, 욕심 많은 나쁜 어른들을 골려줍니다. 작품 속 어떤 아이도 삐삐를 미워하지 않고, 이웃의 어떤 어른도 삐삐를 편견으로 대하지 않았어요. 제가 본 장면에서 펼쳐진 풍경이에요.

 

모두가 삐삐를 좋아하고 있구나. 혹은 아무런 색안경을 끼지 않았구나. 이미 세상의 색깔을 다르게 만드는 안경을 껴버린 눈에 비치는 선명한 모습이었습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그린 세상이 저런 게 아니었을까요. 말썽 부리고, 엉뚱한 것이 아이 본연의 모습이고, 아이는 어떤 모습이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요.

 

 

이런 제 말에, 그래도 가르칠 건 가르쳐야지! 버릇없는 것은 못 본다. 요즘 심해도 너무 심하다.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어요. 맞습니다! 저도 아이에게 알려줘야 할 건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어른조차도 각양각색입니다. 어른도 눈살이 찌푸리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내가 예민해서 일수도 있고, 그 사람이 무례해서 일수도 있고, 둘 다 일수도 있고요. 가정의 분위기에 따라 아이들이라도 너무 다르고요. 아무튼 저 역시 아이에게 잘 알려주고 싶어요. 하지만 늘 아이의 눈높이에서 먼저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2.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폭력에 반대합니다>

이 글은 린드그렌이 1978년 독일 출판서점협회 평화상 수상 후 그녀의 수상소감이자 연설문을 옮긴 책입니다. 아이를 향한 모든 폭력에 반대한다는 그녀의 연설은 세계에 울림을 주었고, 이후 79년 스웨덴에서 최초로 아동 체벌을 반대하는 법이 제정됐어요. 제가 80년대 생인데, 그때까지도 잘못하면 맞기도 하고, 학교에서도 선생님이 체벌을 했습니다. 저도 맞은 기억이 있고요.

 

절대 폭력은 안된다. 아이를 때리지 않는다라고 남편과 이야기하고, 물리적인 폭력에 대한 선을 그어버렸더니 체벌로 훈계한다는 것은 떠오르지도 않습니다. 그런 제게 어떤 친구는 "그럼 애들이 말을 잘 듣나 봐."라고 해요. 손이 올라간다는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 기분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어요. 체벌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윽박지르기나 위협하는 것도 안 하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참 어려워요. 욱까지는 참지 못해서 저도 사자후를 날리고는 합니다.

 

아무튼 지금은 아이를 향한 체벌을 비인간적이라고 인식하지만 세계 어린이의 절반은 폭력에 노출되어 있다고 해요. 대한민국 역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여전히 벌어집니다.​ 떠올리는 게 참담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작고 약한 아이에게 괴물처럼 굴지 말아요. 제발..

 

델핀 드 비강의 <충실한 마음>이 생각납니다. "어린이의 충실한 마음은 때때로 아이들을 죽음으로 이끈다." 아이를 학대하는 대상은 보통 아이의 양육자, 부모예요. 너무 슬프게도 아이는 양육자가 두렵지만 또 사랑하고 의지합니다. 구해내지 못한다면, 아이들에게 닥칠 비극의 마지막은 죽음일 것이라 합니다.

 

 

최악의 악몽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올 때도 어린이들은 회복력을 발휘하고, 너그럽습니다. 앞을 내다보고,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고, 지속적인 변화를 이루겠다는 결심을 북돋습니다.(마리아 산토스 파이스), p20

이 구절도 울컥했어요. 아이들은 너그럽다는 말. 아이들을 다시 사랑해준다면 분명 회복한다는 말. 그렇기에 아이들을 구해야만 합니다.

 

3. 폭력은 안된다는 돌멩이

 

책 속에 소개된 일화입니다. 아이에게 매를 들려고 마음먹은 엄마가 아이에게 회초리를 구해오라고 합니다. 아이는 매를 찾다가 돌멩이를 주워와요.

 

“회초리를 못 찾았어요. 그렇지만 엄마가 저한테 던질 수 있는 돌멩이를 구해 왔어요.”

 

엄마가 나를 아프게 하고 싶어 한다면 돌멩이도 괜찮을 거야라고 아이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엄마는 깜짝 놀라 아이를 안아줍니다. 아이가 주워온 돌멩이를 방 한편에 두고 다짐해요. 폭력은 안된다고요. 매를 통해 무엇인가를 배울까요? 그냥 엄마가 무서웠다고. 어쩌면 그 순간의 엄마와 아빠는 그냥 아이에게는 괴물일 뿐일지도요. 

 

린드그렌의 이 책이 바로 돌멩이입니다. 어린이를 비롯한 세상 모든 약한 존재에 대한 폭력은 안된다고 다짐하게 만듭니다.

 

모든 어린이가 공포와 폭력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향해 멈춤 없이 나아가야 합니다. 조금도 지체할 수 없음을 깊이 인식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마리아 산토스 파이스),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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