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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나의,여행 오은주의 여행사진 에세이

by 매일베이지 2022. 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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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평

제목부터 마음에 쏙 들었어요. <친애하는나의, 여행>이라니. SNS에서 서평단 모집글을 보고 신청했습니다. 서평단은 그냥 책이 좋아서 신청하는 것입니다. 다른 체험단은 하지도 않지만, 직접 해보니 어떤 체험단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요. 책을 모두 읽어야 하고, 또 꼼꼼하게 봅니다. 안 읽은 책을 읽은 척하고 싶지도 않아요. 그 후엔 시간을 내 일정 분량 이상의 글을 작성해야 합니다. 제가 좋아서 신청하고 운이 좋게 선정도 됐고요. 그리고 잘 읽고,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좋아요. 정말 좋지 않다면 할 이유가 전혀 없는 활동이라 생각해요.

 

지금껏 서평단을 하며 가볍게 읽은 책도 있지만, 어려워서 끙끙대며 읽은 책도 있어요. 평소라면 내려놓고 나중에 읽어도 되지만 정해진 기한이 있으니 힘내 읽어야해요. 적당한 선은 한 달에 2~3권 정도선이더라고요. 독서모임에서 정한 책도 읽어야 하고, 그 틈새에는 그저 읽고 싶은 책을 읽습니다. 

 

아무튼 다시 <친애하는나의,여행>으로 돌아올게요. 제목부터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예쁜 느낌이 들어서 신청했는데 감사하게도 뽑아주셨습니다.

 

 

 

2. 친애하는나의,여행

"일이 힘들 때, 조금은 쓸쓸하고 우울해질 때, 화가 날 때, 꼬인 인간관계로 괴로울 때. 한 장씩 여행기를 썼다. 그러다 보니 200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365일 중에 200일만 여행하는 기분으로 산다면 행복한 나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P7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만들었는지 보여주는 글입니다. 지금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는 이도우 작가의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입니다>라는 에세이에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요. 쓸쓸하지 않은 사람은 글을 쓰지 않는다. 쓸쓸한 사람이 글을 쓰고, 글을 씀으로써 조금 덜 쓸쓸해지지 않을까.. 그런 비슷한 말이었던 것 같아요. 귀로 들은 말이라 정확하지가 않아요. 

 

이도우 작가의 글귀도, 오은주 작가의 글도 저를 위로합니다. 이런 날 글을 쓰게 된다고요. 외롭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저도 어떤 마음을 글과 그림으로 풀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슨 나라라는 제목도 없고, 어느 대륙이라는 단서도 없어요. 글은 1일에서 200일이라는 제목으로 200 꼭지가 이어집니다. 한두 장의 사진과 한 뼘 정도의 글이 모여 책이 됐어요. 여행을 적은 나뭇잎 편지 같습니다. 지금 다녀와서 적은 글이 아니라, 여행하지 못한, 코로나로 발이 묶인 시간에 지난 여행 사진첩을 뒤적이며 그 안에서 꺼낸 사진에 글을 쓴 것입니다.

 

구성도 흐름도 부담 없이 술술 읽을 수 있어요. 참 여행을 많이 다닌 분이더라고요. 저도 직장생활을 하며 여행만이 이 답답함을 해소할 위로라도 되는 듯 떠났어요. 그리고 지금은 그렇게 다니지 못하니 일상을 여행처럼 이라고 위로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작가가 글을 적는 시간 여행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한 것처럼, 책을 읽는 자리가 잠시나마 그 공간이 된 것 같았어요. 책과 함께 하는 풍경이 어디든 여행지 같은 기분. 책을 좋아하면서 가끔 느끼게 됩니다.

 

 

 

핀란드에서 매일 먹던 따끈한 오트밀 죽이 그렇게 좋았다면서 "중독이란 자극적인 것에만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아침마다 오트밀을 맘껏 먹었다." P33라고 쓴 구절이 좋았어요. 저도 이런 보통의 즐거움이 좋아요. 번지점프를 하지도 못하고, 짜릿한 극한을 즐기지도 못하고, 쾌락을 좇지도 않는 이에게 커피 한잔이,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중독이 될 수 있잖아요. 

 

 

유별나지 않은 여행, 헤매는 게 당연한 여행, 지금이 몇 시인지, 오늘이 며칠인지, 무슨 요일인지도 생각하지 않는 여행. 내려놔서 쉼이 된 여행이라는 그녀의 표현에, 일상의 고단함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머릿속을 비워냈던 게 그녀의 여행이었습니다.

 

3. 감상

거의가 감상을 적은 글이지만, 마무리를 하려고요.

 

사실 이 책이 깊은 울림을 주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들고, 카프카의 말처럼 얼어붙은 머리를 도끼로 깰듯한 책은 아니에요. 최근에 들은 멋진 말로 뜨거운 여름, 지치고 발걸음이 무거운 행군을 할 때, 쏟아지던 분수 물을 먹은 순간 뇌와 온몸 구석구석 짜릿하게 시원했던 기억이 있고 그것이 좋은 책에서 느끼는 기분이라 말한 크리스티앙 보뱅의 말 같은 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행 역시 그런 게 아닙니다. 가볍게 나를 비워내는 것. 오로지 걷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이 여행이잖아요. 친한 언니가 사진첩을 넘기며 여기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하며 여행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은 책이에요.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책이기도 하고, 혹은 여행을 가고 싶다는 마음에 불을 붙이는 책이기도 합니다.

 

 

당신에게 여행이 필요하다면, 그리고 편안한 글이 필요하다면, 이런 여행책도 있다는 게 필요하다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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