쇳밥일지, 천현우
작년 기사에 그는 천현우(32)라고 표시되있다. 인생의 끝은 알 수 없으나, 아직 창창한 32살. 그는 누구보다 다채롭고, 숨가쁜 전반부를 살았다. 수많은 검정과 회색의 군상들 사이에 어떻게 천현우가 떠올랐을까. 그것은 글을 통해서다. 문학동네에서 출판되서 인지 적극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었겠지. 내 sns에서 자주 쇳밥일지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라이브 방송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피드에도 자주 오르내렸다. 조금은 거칠고, 불똥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먼저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쩌다 읽었다.
역시는 역시다. 좋다고 하는건 역시 좋구나. 나 역시 2022년을 마무리하며 쇳밥일지를 읽게 돼 너무 좋았다. 좋았다고 생각하면서도,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하면, 함께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단 생각도 든다. 내게는 노동과 자신이 처한 청년의 자리, 현실을 말한 책이라 느껴졌다. 그럼에도 책을 읽고, 글을 쓴 힘을 느낀 책이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정치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할까? 그의 현실이 너무 고단하게 느껴질까?
그렇지만 천현우는 살아낸것을. 잘 살고 있는데!
밥을 굶어야했던 청년은, 대신 쇳밥을 먹고, 쇳밥 먹으며 글밥도 먹는다. 여기서 밥은 그의 생에 드리운 생계의 어려움 그 자체다.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의 목소리가 세상에 울려 퍼졌다.
책을 읽다보면, 그마다의 온도가 있다. 어떤 책은 차갑고, 어떤 책은 뜨겁다. 뜨뜻 미지근한 책도 있다. 쇳밥일지는 뜨거운 책이다. 표지에서도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가?
살아있고, 펄떡이고, 땀 흐른다.
무엇을 하던 계속 쓸 천현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그러면서도 쇳밥일지가 너무 굵직해서 그의 다음 이야기가 상상이 안된다. 천현우의 인생, 생각, 그의 글이 다 들어있다. 젊은 날 완성한 그의 인생 책, 적어도 그렇게 느껴진다. 그만큼 나는 이 책이 좋았다.
이것이 마침표가 아니기를 바란다.
내 육신의 죽음만으론 나에게 닥친 불행들까지 죽일 수 없다. 불행은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옮겨가겠지. 그럴 바에 살아남아 불행과 싸워 이기는 게 낫지 않을까
116 페이지
마음을 다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냉소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냉소는 그저 사람을 게으르게 만들 뿐이에요.
이럴 때일수록 자신의 사고로 움직이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 생각이 정답인지 오답인지는 전혀 상관없어요. 핵심 목적은 사고의 근육을 기르는 거니까요.
…
냉소하지 맙시다. 자신과 일상, 동료들과 일, 오늘과 내일을 진심으로 사랑합시다. 내가 의심한 모든 것들이 우연이고 행운이며 이를 소중하다고 여길 때, 비로소 내 삶의 주체가 오롯하게 나가 되고, 그때가 되면 반드시 행복은 따라옵니다
272,273 페이지
'좋아書'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트렌드코리아2023 (0) | 2023.02.07 |
---|---|
활활발발, 어딘 김현아 (0) | 2023.02.03 |
최소한의 선의, 문유석의 법 에세이 (0) | 2022.09.20 |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존 러스킨 (0) | 2022.09.14 |
밤은 이야기하기 좋은 시간이니까요, 이도우 완전 좋아요 (0) | 2022.09.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