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
나는 이공계 루트를 밟아온 사람이다. 주부가 되기 전 하던 일은 반도체 생산연구개발. 그냥 어릴 때 그림을 좀 좋아했고, 노트에 낙서하며 지내던 그런 아이였다. 어른이 돼, 종종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 때면 그림을 그렸다. 아이를 낳고 어떤 사람은 아이를 돌보느라 언제 그림 그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느냐고 말하는데, 회사에 나가 일하던 낮시간을 확보한 것이라 내게 그림 그릴 시간은 차고 넘쳤다. 아이와 함께 내 그림도 커가는 것이다.
나를 딱 붙들고 지도해주는 선생님은 없었지만, 내가 만난 그림쟁이들 모두가 나의 선생님들이다. 작년에 그림책작가인 지인에게 한 달 수업을 들었다. 그녀가 강조한 것은 드로잉이다. 매일매일 손과 인체 크로키를 하라고 했다. 빨리 그리면서 나만의 선을 찾고, 그때 내 스타일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때 크로키를 시작했는데, 딱 8장. 2022년은 이렇게 지속하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크로키[croquis] 란?
인물화에서 인체의 균형과 동세(動勢) ·입체감의 구조성, 형태의 특징 등을 단시간에 재빨리 포착해서 그리는 것. 눈과 손 훈련.
작품은 단순화되고 요약된 모습으로 표현되는데, 그럼에도 그 형에는 의미가 담겨 있으며 작가의 감성이나 감동이 솔직하게 토로되고 있다는 점이다. 풍경이나 정물의 크로키는 자연의 대기(大氣), 원근대비, 명암배치, 색채대조 등을 인상적으로 포착하여 화인(畵因)의 존재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러한 의의는 렘브란트의 작품에 여실하며, 뒤피의 데생집을 편집한 루이 카레는 그의 크로키에 대해서, “외계와 그의 내적인 삶과의 교류 가운데 새로운 센세이션과 기억과의 쇼크를 거쳐 시각 외견에서 받는 것보다 한층 완벽한 이미지, 순간의 지각보다도 총체적이고 보다 진실된 체험 등 현실에서 분출해 넘쳐나는 것이 그의 예술창조의 기초가 되어 있는 것이다”라고 평한 점에서도 크로키의 의미를 알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크로키 [croquis]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참, 말 어렵게 써놨네. 아무튼 빠르고 재빨리 파악해서 그리는것, 당연히 눈과 손이 훈련되고, 형태를 파악할 수 있다. 형태를 완벽하게 그리려 집착하지 말고, 자유로운 선을 느끼면서 즐겁게 그리자. 그러다 보면 나만의 선을 찾고, 자신감도 생기고, 스타일도 생긴다고 한다.
- 오늘은 타이머를 꺼내들고 크로키를 시작했다.
1분 크로키, 3분 크로키, 5분 크로키 등을 미리 설정하고 할 수도 있다. 작년에는 이렇게 했었는데 올해는 그냥 그리는데 걸리는 시간을 확인만 한다.
- 컨투어 드로잉
손을 떼지 않고, 한선으로 강약을 주면서 그리는 드로잉이다. 드로잉을 계속 하면서 몇일전부터는 컨투어1장은 꼭 그리고 있다. 하다보면 왜 하는지 알게 되겠지.
2023년 크로키 루틴 시작
이것저것 많은 것을 시작하는데, 23년 6월에는 크로키를 시작했다. 이번엔 정말 느낌이 좋다.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아침에 일어나면 크로키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틈나면 크로키를 한다. 혹시, 그림 작업을 하면, 또 크로키 한 장을 하고 시작한다. 그냥 닥치는 대로 그리려고 한다.
이렇게 기록하는 것은 처음엔 내 크로키가 어떻게 변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으니까였지만, 이젠 그냥 의식처럼 하고 있다. 내 눈엔 22년보다 23년의 그림이 더 나아졌다. 신기하다. 크로키는 쉬었는데, 어떤식으로든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게 영향을 주나 보다.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좋아진다. 효율이 떨어지지만, 그럼에도 좋아하니까 할 수 있다.
오늘아침도 물론 한장 그렸다. 처음 연필을 잡았을 때 사각거리는 소리. 마음이 빠쁘게 달려가서, 선이 뭉그러질 때, 그 마음을 다시 붙들어 오며 느낀 편안함. 정돈됨이 좋았다. 분명히 다른 일상이 시작된 것이다. 이젠 그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린다. 재미있어서.
지금 크로키들을 와장창 올렸다. 티스토리는 그림을 주로 올리는 곳은 아니지만, 생각나면 한번씩 주칸크로키나, 월간크로키를 갈무리 할 수있을 것 같다. 지속해서 또 뿅 하고 나타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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