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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대구여행, 독립서점 더폴락

by 매일베이지 2023.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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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폴락

 

대구여행, 독립서점 더폴락

대구에 살 때, 이곳을 여행하는 기분이었던가. 아니다. 나는 대구에 살면서도 대구를 몰랐다. 학교와 집만 오간 것은 그때, 마음의 바운더리가 거기까지였기 때문이었다.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지 않았다. 이제는 사라져 가는 옛 정취가 가치 있어져서인지, 그런 대구의 모습을 잘 포장해서 광고해서 인지 나는 점점 더 대구가 그립고 좋다.

 

 

 

 

서울은 이런데 천지삐까리다.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질 않지. 시간이 지난 어느 날, 그때 내 마음의 경계는 거기까지 였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시원하게 뚫린 검은 도로를 그냥 올라타기만 하면 어디든 못 갈 곳이 어디 있겠어. 서울이든, 대구든, 또 다른 도시든 모르는 게 더 많다. 결국 가서 확인하면 그저 사람 사는 풍경일지라도, 궁금한 곳이 더 많은 사람으로 지내야지. 갈 곳 많고, 읽을 것이 많으니 더 설렌다.

대구여행

 

대구가 좋은 이유

 

알베르 카뮈는 그의 고향 알제리에 대해 이렇게 썼다. 

 

너무 사랑하는 여자의 매력을 일일이 다 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아니 굳이 말하자면 가장 좋아하는 뾰로퉁한 얼굴이나 고개를 흔드는 방식 같은 감동을 주는 구체적인 모습을 꼽으며 그녀를 송두리째 사랑할 뿐이다. 나는 그런 식으로 알제리와 오랜 관계를 맺어왔고, 아마도 이 관계는 끝나지 않을 것이며, 그런 점에서 나는 이 고장을 아주 예리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되지는 못한다. <카뮈>

 

사랑하는 도시를, 사랑하는 여자에 빗댄 카뮈의 문장을 읽고, 이것이 내가 대구를 사랑하는 방식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일일이 댈 수 없는 매력. 그저 한 장면을 떠올리면 좋고, 그리고 그 곳에서 그 장면과 빛을 만나면 그래. 이래서 나는 여기가 좋아라고 생각하게 된다.

 

 

 

 

대구의 독립서점

대구 사람이라 대구를 거점으로 삼기가 쉽다. 부모님이 계신 집에 먹고 자며, 지하철을 타고 반나절정도면 원하는 곳에 가서 보고 올 수 있다. 근대골목 투어를 한번 가봤고, 그때 대구의 독립서점을 목적지로 삼아 둘러보려 계획했다. 금세 갈 수 있을 곳에 많은 서점이 보였다. 신도시에 사는 나에게는 부러운 지도다. 가고 싶은 곳 중 몇 곳을 추려 이리저리 둘러본 곳이 차방책방, 고스트북스였다.

 

 

동산병원, 계산성당, 시인들의 고택을 먼저 보고 가서 뒤로 시간이 부족했다. 그날은 더폴락은 휴무였고, 대봉산책은 거리가 좀 멀어서 가지 못했다. 다음에도 가고 싶은 곳이 남아있었다. 

 

대구

 

더폴락

더 갈 곳이 있는 것. 이유가 없어도 오는 이곳에, 설렘을 더한다. 지난번에는 혼자 다녔고, 이번에는 남편을 데리고 갔다. 그의 취향에 맞는지 모르겠지만 별말 없이 따라다녀준다. 나는 그저 좋은 곳을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와서 더 좋았다.

Daegu

 

적산가옥 1층에 자리 잡은 독립서점이다. 적산가옥은 일본이 패망하며, 우리의 적. 그러니까 일본인들이 살다가 두고 간 가옥을 말한다.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지만 군산과 포항, 그리고 대구에도 이런 적산가옥이 꽤 있고 요즘은 적산가옥을 개조한 카페가 인기다.  이상화 고택도 바로 앞에 높은 빌딩이 있었다.

 

특히 더폴락이 자리한 곳은 동성로에서도 변두리로 벗어난다. 내게 경상감영공원은 오래도록 와본 적 없는 낯선 곳이다. 노인들의 거리. 잘 모르겠지만 이 부근은 어르신들이 주로 활동하는 곳이라 한다. 낡은 골목, 여관, 달세방 같은 것이 즐비하다. 허름하고 낡았다. 나는 그런 풍경이 이제 오히려 힙해 보이지만, 그분들에게는 그저 삶일 뿐이다.

 

대구에도 요즘 주상복합아파트 재건축이 많이 보인다. 바로 아래에서 보면 아찔하게 높은 고층. 새것과 헌것, 첨단과 구닥다리. 더 폴락도 주변을 뱅그르르 새로 짓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둘러싼다.

 

 

그래도 서점과 가옥은 이 자리에 오래 있어주기를.

 

 

 

Korea

 

김종완단상집이 보였다. 나는 다 샀으니 패스해야지. 비타민시를 만 지막거리다 <중력은 당신으로부터 나왔다>를 샀다. 매일 하나씩 꺼내 읽으면 된다는데 사기만 하고 보관 중이다.

 

 

한참, 다양한 독립출판물을 구경했다. 대구에서 들린 몇 곳의 서점은 그만의 색이 담긴, 이 서점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더폴락은 이 골목의 풍경을 담은 사진집과 에세이를 발간했다. 이곳에서는 음악과 영화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여러 책을 뒤적이다 <지금 대구를 살아가는 우리들>을 샀다. 여러 작가들이 모여 편집한 대구 이야기다. 이곳에서 구입하기 딱 적절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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